한국당은 '노무현' 꺼내 '이명박'을 가릴 수 있나

▲ (왼쪽부터)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왜 하필 '노무현'일까? 서거한지 8년이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또 정치권으로 불려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전말과 640만 달러 뇌물의혹의 진상을 검찰수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은 부부싸움 뒤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노무현재단이 고소장을 내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잊을만 하면 되풀이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했다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징역 8월의 실형을 살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올해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해 파문을 빚었다.

보수당이 위기 때마다 ‘노무현’ 이름을 꺼내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카드야 말로 여권에 포진한 ‘노무현 키즈’를 누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프레임”이라며 “국면전환을 위해 계산된 움직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이명박 정권을 향한 공세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만한 방패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을 겨눴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일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서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이 계속 문제를 키울 경우 노 전 대통령 재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은 나날이 좁혀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MB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더해 BBK 실소유주 논란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한국당으로선 박근혜 게이트에 이어 또 ‘적폐청산’ 과녁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와 이 일과 관련한 설전을 벌이면서 “노 전 대통령을 편히 보내드리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불을 지핀 것이 같은당 정진석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 의원은 MB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에 관한 특검수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언급은) 결국 MB정부 적폐를 가리기 위한 꼼수”라며 “그 정도 써먹었으면 그만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