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은 고용부의 제빵기사 직접고용 지시를 순순히 따를까?
SPC그룹은 고용부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어 결국 법원에 판결을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송이 전개될 경우 프랜차이즈업계는 물론 유통업계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지시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용부는 근로감독결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계약당사자가 아니지만 업무 전반의 지시·감독 등 실질적으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역할을 했다고 봤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고용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당장 본사 직원 숫자보다 많은 5378명을 직접 고용할 경우 연간 600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 발생한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영업이익에 맞먹는 수준이다.
가맹사업장의 인력운용에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본다. 파견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면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파견된 제빵기사에게 일체의 업무지시를 할 수 없고 오직 본사만이 지시 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정부가 가맹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법적대응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결국 행정심판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역시 시정명령에만 그치지 않고 법적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미이행할 경우 사법처리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을 시 예상되는 과태료만 최대 500여억 원이다.
SPC그룹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앞으로 25일 안에 5천여 명을 직접고용하지 않으면 사법처리가 진행된다. SPC그룹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는 상황에 몰려 있는 셈이다.
파리바게뜨 근로감독 결과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2일 SPC삼립 주가는 장중 한 때 52주 최저가인 12만1500원으로 떨어졌다. SPC그룹을 향한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만약 분쟁이 법원으로 이어진다면 법정에서 고용부의 파견법과 가맹사업법 해석의 적법성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처분은 파견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가맹사업자와 직원에 교육·훈련 의무가 있는 가맹사업법과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법 해석에 따라 업계 관행이 뒤집힐 수 있어 관련업계는 이 사안을 재계에 큰 충격을 던진 통상임금 소송만큼이나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파리바게뜨에 이어 제빵업계 2위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1500여 명의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동종업계로 근로감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뚜레쥬르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가맹업계뿐 아니라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파견근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실질적 사용사업주’ 해석을 폭넓게 적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