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에 발맞춰 중국에 계획중인 반도체 증설투자를 철회해도 악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가 계획중인 중국 투자계획을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플랜B’를 실행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8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 CEO 초청간담회에서 중국에 시설투자를 계획중인 기업들이 기술유출가능성과 국내 경제활성화를 고려해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에 8조 원 이상을 들이는 낸드플래시 증설, SK하이닉스는 D램 증설투자계획을 내놓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지방정부와 대형 올레드패널 합작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3개 업체의 중국 매출비중이 각각 20~30%에 이르는 만큼 중국 시설투자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계획 재검토를 요구할 경우 국내 생산공장에 투자를 확대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가동을 시작한 평택 반도체공장단지에 여유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청주에 신설하고 있는 신규공장에 투자를 확대해 가동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의 LCD패널공장을 대형 올레드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부품업체 입장에서도 생산투자를 국내에 집중하면 고객사와 인력확보에 장점이 있다”며 “정부의 권고가 실적이나 주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공급부족이 가격상승을 이끄는 주요원인으로 자리잡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오히려 이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공장을 증설하지 못해 반도체 공급부족이 더욱 심해질 경우 고객사들에 추가적으로 가격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의 매출비중을 낮추고 올레드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체질개선이 시급한 만큼 중국 시설투자에 차질을 빚을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올레드패널의 최대 약점이 높은 생산원가와 부족한 공급능력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생산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LCD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LG디스플레이가 국내 생산공장을 대형올레드 증설에 활용할 경우 중소형 올레드 생산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체질개선 노력에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김선우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로 투자전환이 필수적인데 중장기 사업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안게 됐다”며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파악했다.
정부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올레드 투자계획 승인여부를 10월 안에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