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두산밥캣 주가 때문에 속앓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주식을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두산밥캣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밥캣 주가 부진에 속앓이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왼쪽), 김동철 두산엔진 사장.


17일 두산밥캣이 코스피에 상장한 지 10개월이 됐지만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두산밥캣 주가는 15일 3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1월18일 코스피 상장 직후 시초가였던 3만6천 원과 비교해 2.5% 오르는 데 그쳤다.

두산밥캣 주가는 3월 말에 상장 이후 최고가인 4만80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최근 반 년 동안 3만4천~3만8천 원 사이의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애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투자 확대공약에 힘입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인프라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두산밥캣이 미니굴삭기와 컴팩트로더 등의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두산밥캣이 생산하는 소형건설기계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3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며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북미와 오세아니아에서 거두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두산밥캣의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중순에 정치적인 이유로 인프라투자 관련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위원회의 구성계획을 취소했다.

최근 미국언론 CNBC는 글로벌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35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투자 확대공약의 실현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41%만 인프라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프라투자 확대를 낙관한 응답자는 3월 57.65%에서 6월 49.41%로 줄어든 데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밥캣 주가 부진에 속앓이

▲ 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두산밥캣 주가의 약세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차입금 부담을 덜어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밥캣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가는 바라봤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지난해 11월에도 두산밥캣을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6월까지 모두 1조3953억 원의 차입금을 갚아야 하며 두산엔진도 2분기 말 기준으로 204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약 200% 수준이며 두산엔진의 부채비율은 150.8%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현재 두산밥캣 지분을 각각 59.33%, 10.55% 보유하고 있어 두산밥캣 지분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되는 11월18일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두산밥캣 주가의 흐름대로라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지분매각을 통해 얻는 이익은 상당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지난해 두산밥캣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공모가격에 수요자들이 몰리지 않자 공모가를 대폭 하향조정한 탓에 애초 기대했던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한참 밑도는 성과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