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주시하는 김상조 공정위체제에 부담 클 듯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법원이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기업으로 꼽히는 한화S&C의 지분승계와 관련한 소송에서 한화그룹의 손을 들어줬으나 판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김승연 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체제에서 한화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동안 자세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 경제개혁연대, 한화S&C 대법원 판결 비판

경제개혁연대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화가 한화S&C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한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거래의 실질을 따져보지 않고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매각절차가 적법하다는 형식적 논리로 한화 주주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의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2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논리가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S&C 주식 40만 주를 2005년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에게 매각한 것은 자기거래금지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만 회계법인이 평가한 가격을 토대로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상적 절차를 밟은 것으로 판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대법원의 판단은 자기거래 및 회사기회유용에 해당하는 거래라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면 적법하다는 뜻”이라며 “이런 법원의 판단은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나라 재벌의경영방식과 이사회의 운영방식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 총수일가가 그룹의 경영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한화 이사회가 한화S&C 지분을 매각하면서 회사에 가장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대상에 오른다.

상법 제398조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에 따르면 한 기업의 지배주주가 계열사나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인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원래 상법에 없던 항목이지만 회사의 이익보다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간 거래가 이뤄지는 행태를 막기 위해 2011년에 명문화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법원은 김승연 회장 등 한화 이사들이 한화S&C 지분을 제3자에게 고가로 매각할 시도를 하지 않은 채 굳이 김동관 전무에게 매각하였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해 내용의 공정성까지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지만 이를 생략했다”며 “대법원이 형식적 요건만을 판단기준으로 삼는다면 재벌의 편법거래가 사실상 용인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 김승연, 김상조와 계속 불편한 관계 이어갈 듯

대법원이 한화S&C 지분매각과 관련해 김승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김 회장에게 ‘졌다’는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을 당시 김 회장과 한화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입장에서 한화그룹의 앞날을 순탄하게 내다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주시하는 김상조 공정위체제에 부담 클 듯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위원장이 한화그룹 전반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지 2주 만에 한화S&C를 하도급거래법 상습위반사업자 명단에 올려 감독강화를 예고했다. 한화S&C가 위반사업자 명단에 오른 것은 대기업 가운데 유일해 김 위원장이 한화그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들의 내부거래실태를 점검해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 직권조사 등으로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한화그룹은 한화S&C의 시스템통합(SI)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재무적투자자에게 지분 절반가량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55.3%에서 2014년 52.6%, 2015년 54.1%를 보이다 지난해 70%를 넘어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김상조 위원장이 과거에도 한화그룹 경영과 관련해 날카로운 비판을 했던 점을 감안할 때 김 회장이 몸을 낮추고 있는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공정위뿐 아니라 국세청과 고용노동부의 조사선상에도 올라 있다.

국세청은 지난 8월 말에 한화그룹의 방산계열사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 회장의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탈세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이달 초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조사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