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단순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판매에도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용진 정유경, 이마트와 신세계의 제조업 확대에 보조 맞춰

▲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통해 TV를 선보인다. 그동안 노브랜드에서 소형가전을 주로 판매했는데 TV로 제조영역을 확대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가전제품을 현재 18종에서 올해 말까지 30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노브랜드 제품은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마트가 개발과 기획 등을 맡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피코크 제품을 신세계그룹 유통채널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현재 쿠팡이나 11번가,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에서 피코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두 브랜드에서 생산되는 제품수만 각각 1천여 개에 이른다.

이마트는 지난해 190억 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주류제조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주소주는 9월 ‘푸른밤’이라는 이름으로 새 소주를 전국에 내놓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직접 만든 브랜드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캐시미어 의류브랜드인 ‘델라라나’를 시작으로 자체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2월 내놨다. 아디르의 경우 원석구매부터 디자인, 판매까지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맡는다. 최근 자체 란제리 브랜드 ‘언컷’도 선보였다.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사업도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화장품 ODM 기업인 인터코스와 합작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올해 2월부터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유통산업이 장기불황과 점포포화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제조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임대사업이다.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낸다. 입점한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는 등의 방식이 핵심인 만큼 그동안 점포 수를 늘리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상권에 백화점이 들어선 데다 경기침체와 인구절벽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출점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대형마트 역시 각종 규제와 소비침체, 소비자들의 구매습관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제작하면 생산부터 판매까지 유통과정이 일원화되는 만큼 마진이 높다”며 “유통망을 무기로 판매전략에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업체로서 쌓은 데이터를 제품기획에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을 공급할 유통채널이 많다는 점 역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제조업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와 백화점뿐만 아니라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 뷰티앤헬스(H&B)숍, 홈쇼핑 등 대부분의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이마트 매장 수는 146개, 이마트24 매장 수는 2340여 개다. 이마트24의 경우 올해 안에 점포가 2700여 개까지 늘어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