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초고가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신비 인하를 공약하면서 정부는 통신사의 요금을 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왔는데 초고가 스마트폰의 출시로 이런 노력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초고가 스마트폰 잇단 출시, 통신비 인하정책의 효과 반감

▲ 애플 아이폰X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애플 아이폰X의 가격이 100만 원을 넘었다.

애플이 12일 공개한 아이폰 10주년 기념 아이폰X의 가격은 64GB 모델이 999달러, 256GB 모델이 1149달러로 사상 최고수준이다.

한국 출시는 12월로 예상되는데 가격은 세금 등을 포함해 최저 13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6GB 모델은 150만 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 역시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00만 원 이상, 110만 원대에서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64GB 모델은 120만 원, 256GB 모델은 138만 원의 출고가격이 책정됐다.

LG전자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며 V30을 최저 95만 원, 최고 99만 원에 내놓았다. 100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스마트폰을 쓰고자 할 경우 지원금을 받지 않고 24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한달에 4만~7만 원씩 할부금을 내야 한다. 통신요금과 맞먹는다.

초고가 단말기의 출시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통신비 인하를 꼽고 임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밀고당기는 실랑이 끝에 15일부터 선택약정 할인폭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인상과 비교하면 효과가 커보이지 않는다.

6만 원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 선택약정할인폭 상향조치로 월 3천 원, 연 3만6천 원의 통신비 절감효과에 불과하다. 가장 비싼 11만 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한다 해도 연간 통신비 절감 효과는 6만6천 원에 그친다. 최신형 단말기가 전작보다 10만 원 이상 비싸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신비 절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비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4.6%, 단말기 비중은 21.2%, 콘텐츠 등 부가사용금액이 24.2%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가계 통신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통신요금만 손볼 게 아니라 단말기 가격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말이 처음부터 나왔다.

이통사들은 통신비 인하압박이 커지자 제조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통신사는 물론 정부와 단말기 제조사, 포털 등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6월 “통신사들이 모든 비난을 다 받고 있는데 단말기 제조사들도 통신비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대책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8월 말 입법예고 했지만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선택약정할인폭 상향 과정에서 통신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계속 통신사만 옥죄는 정책을 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사와 부담을 나누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도와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국회에 다수의 분리공시제 도입법안이 나와 있고 조만간 완전자급제 법안도 나올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제조사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없이 정책을 강행할 경우 통신사처럼 제조사들과 마찰을 반복할 수 있어 보인다.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12일 갤럭시노트8 출시 간담회에서 단말기자급제와 관련해 “유통과 고용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반대의 뜻을 내놓았다. 그는 분리공시제를 놓고도 “영향은 있지만 정부가 시행하면 따르겠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