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UBS자산운용의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면서 자산운용사 본연의 투자신탁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하나UBS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의 사업성격이 다른 만큼 두 회사를 합병하지 않고 각각 독자적인 자산운용사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비은행부문 강화, 하나UBS자산운용 완전자회사 편입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투자는 UBS가 보유하던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 모두를 인수해 하나UBS자산운용을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UBS는 5천조 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계 세계적인 금융그룹이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비중을 40%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만큼 비은행계열사를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인데 이번 인수를 하나금융지주의 자산운용사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UBS자산운용 외에 하나자산운용도 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10년 전 하나UBS자산운용 지분계약 당시 하나금융지주가 종합자산운용사를 두지 않기로 UBS와 약속하면서 하나자산운용은 하나UBS자산운용과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 부동산분야에 특화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두 자산운용사가 맡고 있는 영역이 각기 다른 만큼 합병해도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 전체 입장에서 2개 있는 자산운용사 라이센스 가운데 하나를 굳이 버리면서까지 합병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하나UBS자산운용을 완전히 인수하는 데 1300억 원 가량의 거액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동안 실적부진을 보였던 하나UBS자산운용의 수익성 높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순이익이 2014년 122억 원, 2015년 119억 원, 2016년 111억 원 수준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에도 5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합작 당시 수탁고 1위사였지만 꾸준히 수탁고가 감소해 지난해 12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우선 UBS 측 인사로 꾸려진 이사진들을 교체하고 전문인력을 더 충원하는 등 조직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은 UBS가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UBS측이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영과 관련한 의사를 대부분 결정했다. 

이원종 하나UBS자산운용 대표이사는 UBS아태지역그룹 경영실장을 맡고 있던 UBS측 인사이고 그 전에 5년 동안 하나UBS자산운용을 이끌었던 전재욱 전 하나UBS자산운용 대표이사 역시 UBS증권 아시아지역 본부장과 대만지점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하나금융투자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직개편 때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금융투자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인사로 하나UBS자산운용의 이사회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역시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그동안 부진했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능력있는 펀드매니저들을 영입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하나UBS자산운용의 금융상품이 경쟁력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상품군도 더 다양하게 꾸리도록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의 판매창구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UBS는 기존에 해외에서 잘 팔리던 글로벌 금융상품을 위주로 상품라인업을 구성해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UBS와 하나금융그룹 간 시너지가 좋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완전자회사로 삼으면서 하나금융지주가 직접 관리에 나서 하나UBS자산운용 입장에서는 반등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며 “전체 자산운용사들의 순이익도 증가하고 있는 등 업황이 좋은 점도 호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