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기차가 자체적으로 부품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합자관계 종료 가능성을 내놓으며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베이징기차는 현대차와 합자관계를 맺은 뒤 완성차 제조능력을 눈부시게 키웠다”며 “자체적으로 현지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합자법인이 지닌 의미가 퇴색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베이징기차의 현대차 '결별' 압박, 완성차 제조도 고려하고 있나

▲ 베이징현대 로고.


베이징기차와 현대차는 중국에서 완성차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의 부품조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현대가 사드보복으로 실적악화를 겪자 베이징기차는 기존 부품거래처의 단가를 낮추거나 현지에서 부품조달을 늘려야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현대차는 부품계열사나 협력 부품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베이징기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자관계를 끝낼 것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현대차는 베이징기차와 합자관계가 끝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 합자관계를 맺은 뒤 자체적으로 완성차 제조능력을 기른 데다 부품사업을 키우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베이징기차는 자체적으로 승용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2002년 현대차와 합자법인을 설립한 뒤 자체 브랜드 판매가 2005년 2만7천 대, 2016년 87만4천 대까지 늘었다”며 “상용차 브랜드인 포톤의 판매량을 합산할 경우 2016년 자체 브랜드 판매는 141만 대로 베이징현대(110만 대)를 이미 뛰어넘었다”고 바라봤다. 

베이징기차는 현대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승용차 합자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의 중국 승용차 합자법인은 베이징현대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중국 상용차 합자법인인 사천현대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기차가 부품사업 지주회사인 해납천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부품계열사와 베이징현대의 거래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에 베이징기차는 특히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기차는 2008년 해납천을 설립한 이후 존슨컨트롤즈, 델파이, 리어, 비스테온, 파나소닉 등 여러 글로벌 회사들과 합자법인을 만들고 부품사업을 확대해왔다. 

이 연구원은 “베이징현대가 4, 5공장 증설을 논의할 때부터 베이징기차는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부품 합자법인을 설립하라는 압박을 드러냈다”며 “(현대차 협력회사인) 화신, 서연이화 등은 2016년 이후에 해납천과 새 합자법인을 설립했다”고 파악했다. 

그는 “베이징키차는 이미 기술력을 키운 완성차부문에서 합자법인 종료를 언급하며 압박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부품부문에서 (현대차그룹과) 합자법인을 설립하거나 해납천의 납품확대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완성차회사에 합자법인 설립을 강제하는 데 더해 외국 완성차회사의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 합자법인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완성차 합자법인 설립 의무화 규제를 철폐하려고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습득한 완성차부문에서 합자법인 의무화를 해제하고 외국 부품회사들에 합자법인을 강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외국 완성차회사의 현지 합자법인 개수를 2개로 제한하고 있지만 최근 전기차 제조전문 합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면서 친환경차를 차를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과 장화이자동차, 포드와 중타이자동차, 볼보와 지리자동차가 중국에 전기차 합자법인을 각각 세우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