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기부재와 경영환경 악화 등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SK그룹은 28일부터 1박2일 동안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연수원에서 30여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하는 2014년도 정례 CEO세미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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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CEO세미나는 매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한 차례 열리는 SK그룹의 최고경영진회의로 다음해 그룹의 경영방침과 중장기전략들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세미나는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의장 주재로 열리며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두 참석한다.
올해 세미나는 SK그룹의 현안과 경영상황, 내년도 경영계획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되면서 600여 일 동안 총수 부재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열린 세미나에서 ‘안정과 성장’을 화두로 올해 경영전략을 수립한 적이 있다. 또 오너 공백에 따른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글로벌 신규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 3.0’을 구체적 경영방안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오너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세미나 때보다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STX에너지, ADT캡스 인수 등을 중단했고 올해 들어 호주 유류공급업체 UP입찰도 포기했다. 또 지난달 차세대 연료전지사업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독일 인터넨틸과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도 원점으로 돌렸다.
재계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현상유지에 나름 역할을 해냈으나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굵직한 결단을 내리는 데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며 “특히 최근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의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안팎에서 최근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사업구조조정 방향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SK하이닉스만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뿐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들은 3분기 초라한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실적발표에서 올 3분기 영업이익 488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84.6%가 줄어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장기적으로 추진했던 석유개발사업 등이 결실을 맺으면서 실적부진은 완화했으나 본업인 정유부문의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대를 유지하며 3분기 실적에서 마케팅비 축소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역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연말인사에 대한 논의도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미 인력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으며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설도 나돌고 있다. SK그룹은 다음달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평가를 실시하고 이어 12월 연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그룹 안팎에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들을 포함해 연말인사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