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에서 무엇이 당락을 가를까?

공기업과 대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지원자의 학력과 어학점수 등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직무적합성 중심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직무 적합성과 간절함 보여야 

CJ그룹은 7일부터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한다. 7개 계열사에서 영업과 음악 제작 직무 등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리스펙트 전형을 신설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스펙이 아닌 지원자들의 경험과 역량 등을 존중한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스펙보다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다수 지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 활짝, 무엇이 당락을 가를까

▲ 취업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취업정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기업들은 그동안 이력서에 기재된 스펙으로 직무에 적합한 차별화된 지원자를 골랐으나 서류심사 과정에서 학력이나 공인시험성적 등의 지표가 사라졌다.

지원자가 자신을 소개한 이야기만 놓고 평가하게 되자 자기소개서(자소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인사담당자들은 자소서에 간절함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채시기마다 천 장 이상의 자소서를 봐오며 진정성을 지닌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뽑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대체로 진정성이 있는 자소서는 어느 기업에 지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무난한 내용이 아니라 지원한 기업의 직무를 충분히 고민한 뒤 구체적인 경험과 연결해 차별화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원자는 자소서에서 기업과 직무를 이해한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지원할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뒤 지원자가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보여줄 사례를 드는 것이 좋다.

취업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자신의 전공 관련 경험과 직무 관련 경험들을 연표로 정리해두고 서로 교환해 첨삭해주는 등으로 서류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 자소설? 면접에서 걸러진다

기업들이 진정성과 간절함을 요구하자 지원자들은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자기소개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잦다.

간절함을 담아 자신의 경험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거짓말도 섞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들 사이에서 ‘결국 언변이 유려한 이들에게 유리한 채용방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는 면접전형에서 다시 한 번 검증을 받게 된다.

기업들은 거짓을 판별할 수 있도록 정교한 면접질문을 준비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대기업의 면접관에게 컨설팅을 제공해온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 양근영 책임컨설턴트는 “면접관들은 경영자의 지시와 기업진단에 따른 인재상을 통해 각 회사별 평가기준을 지니고 있다”며 “면접관들은 자체 평가기준에 따라 구체적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탐색질문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노모씨는 대기업 공채에 170번 지원한 끝에 전자회사에 취업했다. 그는 “없는 경험을 지어내거나 치부를 감추다 당황해 면접을 망칠 수 있다”며 “면접관을 하이에나라고 생각하고 신중을 기해 대답하며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하라”고 조언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업무내용을 이해했는지’다.

한 인사담당자는 “채용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일을 잘 할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며 “표현력이 부족해도 답변 내용이 알찬 사람에게 호기심이 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