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09-07 17:09:29
확대축소
공유하기
박지원 회장이 탈원전 리스크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을 성장궤도에 진입시킬 대안을 찾아내 오너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할까?
7일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은 올해 매출 15조913억 원, 영업이익 9896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8.6%, 영업이익은 25.1% 늘어나는 것이며 4년 만에 매출이 성장하는 것이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수주잔고가 늘어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감확보에 고전하면서 수주잔량이 줄어 외형이 조금씩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9조 원이 넘는 일감을 따내며 최근 4년 동안 가장 많은 수주를 따냈다.
두산중공업이 수주잔고 증가로 올해 매출이 반등할 수 있게 됐지만 내년 이후에도 성장세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신규건설을 중단하는 등 탈원전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에 필요한 설비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일시중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무역업계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신고리 문제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가 민의를 두루 보고 대책을 수립하근 게 낫지 어느 한쪽 생각으로 진행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리스크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정 부회장과 함께 두산중공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지원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정 부회장의 경우 관료 출신으로 두산에 영입된 전문경영인데다 나이도 일흔을 앞두고 있어 향후 수 년 안에 두산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두산그룹 오너4세 경영인으로서 두산중공업의 경영성과와 관련해 계속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어 정 부회장과는 처지가 다르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만큼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경영능력을 놓고 의문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성과가 향후 두산그룹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회장은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은 과거부터 ‘공동소유, 공동경영’의 원칙으로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박지원 회장은 박정원 회장의 친동생인데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주력계열사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어 다음 차기 그룹 총수로 일찌감치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말에 두산중공업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