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대금을 수령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이라크 신도시사업의 속도를 내는 데 주춤하고 있다.

4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을 31.1% 진행했다. 지난해 말 진행률 29.7%와 비교해 반 년 동안 공사를 1.4% 더 진행하는 데 그쳤다.
 
한화건설 이라크사업 속도 더뎌, 올해 수익 전망치 낮아져

▲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이사.


사업을 진행하고도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공사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에 보유한 미청구공사는 2분기 말 기준으로 모두 2313억 원이고 공사미수금은 1584억 원이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고 공사미수금은 이미 발주처에 돈을 달라고 청구했으나 사정에 따라 받지 못한 채권으로 보통 둘 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공사미수금은 지난해 말보다 34억 원 줄었으나 미청구공사는 1128억 원 늘었다.

이라크 정부가 보유한 예산이 부족해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라크 정부는 저유가에 따라 원유판매로 얻는 이익이 대폭 줄어든데다 IS(이슬람국가)와 같은 테러단체와 전쟁을 벌이느라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8월 중순에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지난해 6800억 원에 이르는 대금을 한꺼번에 받아 올해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금이 지연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한화건설에 중요한 프로젝트다. 이미 많은 공사경험을 쌓은 사업인 만큼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과거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자들을 격려했을 만큼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사대금 수령이 계속 지연되면서 한화건설이 앞으로 실적을 가파르게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는 애초 올해 한화건설의 연간 영업이익을 2800억 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1800억 원 수준으로 낮춰잡기도 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목표치보다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화건설은 2분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 프로젝트에 잠재손실 400억 원을 반영했는데 4분기에는 얀부 프로젝트에 손실 600억~800억 원가량을 반영할 공산이 크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에서 테러활동이 증가하면서 공사속도가 더뎌진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상황이 종료돼 앞으로 사업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