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들이 조선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에서 원재료 가격이 오른 점을 감안해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 실적전망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오를 경우 경영난이 깊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후판 가격 인상 놓고 조선3사와 줄다리기

▲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비롯해 국내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7월 말 전후로 후판 가격협상을 시작했는데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입장차이가 극명한 탓에 후판 가격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들은 수년째 후판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후판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후판부문에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원료탄과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어 철강사들은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에서 톤당 5만 원을 올리는 데 성공했는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큰 폭의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점도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올리도록 힘쓰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영업이익 3152억 원을 내면서 2016년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각각 8880억 원, 4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 가운데 대부분이 후판사업에서 수익분기점을 넘기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철강업계가 수년간 조선업계 사정을 고려해 후판 가격 동결 내지 소폭 인상하는 등 양보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후판 가격 인상 놓고 조선3사와 줄다리기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포스코, 현대제철은 9월부터 후판 유통가격을 올렸다.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후판 유통가격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이제 막 경영난에서 벗어난 데다 하반기 매출절벽이 우려된다며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선박건조 대금 가운데 후판 구입비 비중은 20%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수주잔고가 급격히 줄어들 것을 대비해 인력감축, 도크폐쇄 등에 나서면서 사실상 폭풍전야 상황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2016년 상반기와 비교해 2017년 상반기 직원 수는 조선사별로 현대중공업 5063명, 삼성중공업 844명, 대우조선해양 2375명이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6월 울산 본사의 4도크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부터 군산조선소 도크도 폐쇄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최근 2017년 12월까지 3개월 가량 울산 본사 4도크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가 늘고 있지만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사 일감을 뺏어가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은 저가수주 압박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