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사장이 상반기에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두각을 드러냈던 투자금융(IB)부문에서 오히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신한금융투자 투자금융부문 순익 지난해보다 19.7% 감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상반기에 순이익 규모 기준으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상반기에 순이익 938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늘어났다. 그룹 안에서 순이익 규모를 놓고 볼 때 신한생명을 제쳤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취임하면서 은행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증권사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회사 순이익을 빠르게 늘리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김 사장의 경영전략이 성과를 거뒀다기보다 외부적인 요인이 컸다는 말도 나온다. 상반기에 증시가 호황을 지속한 데 영향을 받아 대부분 증권사들의 순이익 증가폭이 컸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한금융투자는 상반기에 주식자본시장(ECM)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주식자본시장부문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주관실적 등을 포함하는 사업부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중국기업 기업공개 등을 앞세워 주식자본시장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에 이어 4위에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9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덩치를 불린 대형 및 중형 증권사들이 올해 기업공개 등 투자금융사업을 잇달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런 영향을 받아 신한금융투자의 투자금융부문 수익도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상반기에 투자금융 수수료수익으로 244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줄었다.
김 사장은 그룹 투자금융의 중심축이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투자로 옮겨지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과 증권의 협업체제로 꾸려져왔던 기업투자금융(CIB)사업부문을 지주와 생명보험, 캐피털까지 참여시켜 GIB사업부문으로 확대했다.
그룹의 투자금융부문를 총괄하는 이동환 GIB사업부문장의 소속을 신한금융투자에 둬 그동안 그룹 전반의 투자금융을 이끌던 중심축을 은행에서 신한금융투자로 옮겼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은행보다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삼아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인력유출과 부족한 자본력 딛고 투자금융 경쟁 이겨낼까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를 둘러싼 환경은 간단치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중국기업 등 해외기업의 기업공개(IPO) 등에 집중해 주관실적을 쌓았지만 올해 초 중국전문 기업공개팀 4명이 통째로 동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해외기업 기업공개팀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8명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해당 인력들이 자리를 옮긴 뒤 동부증권의 기업공개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의 자본확충 방안도 김 사장의 고민거리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 3조 원을 넘었지만 신한금융그룹에 걸맞은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규모를 4조 원대로 불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안에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상위 증권사들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투자의 수익성 개선을 확인한 뒤 자본확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 사장은 부족한 자본력을 딛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3조 원대로 자본규모를 늘린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단단하게 다진 뒤 자본확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