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이라크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4개 대형건설사가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카르발라 정유공장사업이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
카르발라 프로젝트는 2014년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모두 60억4천만 달러에 수주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37.5%, GS건설이 37.5%, SK건설이 25%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카르발라 프로젝트를 39% 진행했다. 1년 전보다 진행률이 12% 진척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GS건설과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진행률은 각각 13.1%, 13.4%, 13%씩 진척됐다.
조인트벤처는 애초 발주처로부터 카르발라 프로젝트를 수주할 당시 2018년 11월27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속도를 놓고 볼 때 공사의 마무리시점은 최대 2022년 중반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발주처가 자금난으로 건설자금을 제때 대지 못하면서 공사를 천천히 진행하는 ‘슬로우 다운(Slow down)’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에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인트벤처는 지난해 카르발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석유부 산하 석유프로젝트공사(SCOP)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가 카르발라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감안해 자금을 현금 대신 원유로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됐다. GS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이라크에서 원유를 구입하고 구입대금을 이라크 정부에 지급하는 대신 조인트벤처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인트벤처 건설사들의 감사보고서에 적힌 공사미수금 현황을 놓고 볼 때 이 방안마저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미수금은 건설사들이 공사를 일정부분 진행한 뒤 발주처에 청구해 승인을 받은 금액이지만 아직 받지 못한 매출채권을 말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카르발라 프로젝트의 공사미수금을 2351억 원 보유하고 있었다. 대금을 현물로 받으면서 공사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1491억 원까지 줄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공사미수금이 2193억 원까지 불어났다.
GS건설도 지난해 말 공사미수금이 2532억 원이었으나 2분기 만에 공사미수금이 3234억 원까지 늘어났다.
조인트벤처의 한 관계자는 “공사미수금이 늘어난 것은 공사진행률이 진척되면서 투입비용이 많아진 것일뿐 발주처와 공사대금을 정산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며 “현재도 매 분기 발주처와 협의해 공사대금을 차질 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르발라사업 자체가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공사미수금 규모도 큰 것일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