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사실상 패배하면서 1조 원 안팎의 비용부담을 안아 앞으로 경영상황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의 여파에 시달릴 수 있다.
|
|
|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
31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1조 원 안팎의 충담금을 적립해야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에서 기아차가 노동자에게 청구금액과 이자를 포함해 모두 4223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과 별도로 대표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 소송 제기기간 이후의 통상임금 미지급분 등을 감안하면 기아차가 통상임금 확대적용으로 써야할 돈은 판결금액의 3배 수준인 1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는 당장 3분기에 통상임금 소송 관련 비용 1조 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17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828억 원, 4040억 원을 냈다. 1심 판결이 나기 전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444억 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일비를 제외한 정기상여금, 중식비를 기아차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아차가 즉각 항고할 뜻을 밝힌 만큼 앞으로 1심 판결이 뒤집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1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기아차는 향후 연 700%에 달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하고 늘어난 통상임금에 따라 초과근로수당과 퇴직금 액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한층 무거워진다.
기아차 지분 33.88%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도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로 3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분법에 따라 기아차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기아차가 1심 판결로 1조 원의 비용을 실적에 반영할 경우 현대차는 단순계산으로 법인세를 제외하고 340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 재판까지 승소한 상황에 있다. 현대차 노사가 월 15일 미만 근무자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한 데 반해 기아차 노사는 이런 규정에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두 회사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엇갈린 것이다.
하지만 기아차가 통상임금을 확대할 경우 현대차와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놓고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을 확대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22일 한 간담회에서 “과거분보다 미래분이 더 걱정인데 산업 특성상 야근과 잔업이 많은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대보다 50% 이상을 더 줘야한다”며 “(기아차가 현대차의 1.5배를 지급하면) 현대차 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노동시장에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경영적 부담을 안게 되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도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 탓에 현대차그룹 전체가 통상임금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