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장성 증명을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도 내놓고 증권사들도 주가상승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 등 악재를 뛰어넘을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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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3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26% 오른 231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지던 하락세를 마감했다.
주가는 7월 말 2분기 실적발표회를 앞두고 256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썼지만 이후 크게 떨어져 약세를 이어오고 있다. 5월부터 이어졌던 230만 원 안팎의 박스권에 주가가 계속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28일 중국 시안공장에 약 8조 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에도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북한의 핵도발로 국내증시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줬다.
과거 삼성전자가 이런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면 주가도 즉각 반응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이 다소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선고공판에서 뇌물죄 등으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투자계획도 주가상승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에도 미래 시설투자 등 중요 사업결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주주들에 강조하기 위해 시설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권오현 부회장은 총수가 없는 삼성전자를 이끌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임직원을 독려하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는 등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 부회장은 28일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위기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삼성그룹은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등 장기적인 계획을 이미 세워두고 있어 이 부회장의 공백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의 노력에도 총수일가인 이 부회장의 상징적인 입지와 역할을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이상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과 대규모 투자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결정됐고 현금배당 규모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향후 4년동안 반도체 생산시설에만 30조 원 정도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이례적으로 공개했고 이번 중국공장 투자를 발표하며 실행과정을 더욱 구체화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계속되는 호황으로 실적전망도 밝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역대 최대실적을 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일치된 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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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국내 증권사들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뒤에도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최대 310만 원까지 올려잡는 등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주가부양을 위한 카드를 사실상 모두 꺼내든 상황에서 증권가의 예상치에 걸맞은 수준의 주가상승세를 보이려면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주요 결정을 대부분 총괄해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장기공백을 예상한다면 전문경영인 중심체제를 완전히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대규모 쇄신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권 부회장의 역할확대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삼성전자 대주주로 알려진 증권사 APG에셋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그동안 재벌총수의 결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삼성전자의 경영체계는 21세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앞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