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외국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한국 재벌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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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욕타임스는 25일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실형선고는 그동안 대기업 총수에 가벼운 형을 내려왔던 한국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과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일부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삼성그룹 총수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중장기적 전략수립 등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해왔던 삼성그룹의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총수일가 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외국언론들은 그동안 삼성그룹 등 한국 주요 대기업이 총수일가의 지배력에 의존해 운영되는 불투명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런 불확실성이 기업가치 하락의 원인이 된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도 종종 등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판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리더십 공백이 삼성그룹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구속 뒤에도 계속 역대 최고 주가를 새로 쓰는 등 주주들에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실제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또 권오현 부회장 등 3인의 각자대표이사체제가 굳건히 자리잡은 만큼 사업운영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다.
CNBC도 “이 부회장은 삼성 브랜드의 얼굴이 아닌 만큼 이번 결정이 미칠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그룹도 이 부회장의 공백을 대체할 인물을 앞세워 리더십 공백의 우려를 충분히 만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BC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재벌개혁 기조 아래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는 대기업 총수일가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총수보다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강화되는 변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그동안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로 ‘3-5’규칙으로 불렸던 여러 한국 재벌총수들의 판결 역사도 이번에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과거 재벌기업을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꼽았던 한국 국민들의 정서도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