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이 유조선을 폐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폐선량 증가에 따른 발주가 늘어나면 일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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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3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을 운용하는 선주들이 최근 선박운임이 하락하자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소유선박을 폐선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운임과 선가 등을 고려했을 때 최대의 이윤을 낼 수 있는 이상적이고 경제적인 크기의 배로 통상 9만5천 톤급 선박을 지칭한다.
캠코선박운용에 따르면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운임은 21일 기준으로 하루에 1411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평균운임인 9302달러와 비교해 84.8% 급락한 것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운용하는 선주들은 이미 일부 선박의 폐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그룹의 자회사 마란탱커스는 최근 28만6천DWT(재화중량톤수)급 유조선인 ‘마란라이라’호를 그리스 폐선조선소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젤리쿠시스그룹이 소유선박을 폐선한 것은 2013년 ‘마란타우러스’호를 파키스탄 폐선조선소에 매각한 이후 4년 만이다.
그리스와 이란 선사들도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폐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드윈즈는 조선업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선박연령이 20년 이상 된 유조선을 시작으로 폐선량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는 친환경규제의 도입시기가 점차 다가오는 점도 폐선량 증가를 촉진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의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이 기준을 따르기 위해 기존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바꿔야 해 기존 보유선박을 폐선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는 유조선 폐선량 증가가 발주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건조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유조선 발주가 늘어날 경우 일감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7월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모두 8척 수주해 6억7천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14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도 7월에 같은 선박을 4척 수주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가운데 90% 이상을 국내 조선3사가 수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