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첫 부처 업무보고를 하면서 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내용은 제외했다.
유 장관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추진하면서 이동통신3사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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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2일 문재인 정부의 첫 부처별 핵심정책토의에서 통신비 인하를 안건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8일 이통3사에 선택약정요금할인폭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선택약정할인 확대방안을 매듭지은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업무보고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통신비 인하는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를 집행하고 실천해 나가는 실무진의 역할만 남았기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기획자문위와 과기정통부 등 가장 많은 역량이 투입된 사안이고 국민적 관심도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외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국장은 “통신비 인하는 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며 “과기정통부 첫 업무보고에 통신비 인하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공약후퇴이자 공약이행의 부족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신비와 관련해 업무보고를 받지 않았지만 핵심정책토의에서 "통신비가 높은 편이어서 식품비와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에 지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통신비를 언급했다.
통신비 인하가 업무보고에서 배제된 것은 이통사의 반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으로 과기정통부와 이통사의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로 사태를 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존가입자도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위약금 부담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이통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자체를 반대하며 각각 대형로펌을 선임해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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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과기정통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수령자의 통신요금 1만1천 원 인하,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통신비 인하대책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이통3사의 반발이 거셀 경우 정책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이용자들의 데이터·음성·문자 등의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요금 기준을 마련하고 통신사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하나 이상 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택약정할인율과 달리 법 개정을 거쳐야 해 도입과정이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이 선택약정할인폭 확대정책 시행일자를 9월15일로 애초보다 두주 늦추고 소급적용 배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통3사를 달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이통신사간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물밑 조율이 진행되고 있어 확정사항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유 장관이 통신비인하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만큼 이통3사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