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실손보험의 사회적 보장기능을 강화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부담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유병자 및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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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금융위원회는 ‘포용적금융’을 달성하기 위해 보험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질병 이력이 있는 유병자나 60세 이상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 상품을 올해 말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손보험의 경우 민간 보험사가 운용하고 있지만 사회적 보장망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사각지대를 없애 본질적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정부들도 꾸준히 손해보험업계에 유병자 및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주문해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유병자 및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을 운용할 여력이 없다며 손해보험사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가운데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20.7%로 나타났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가뜩이나 지금도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유병자 및 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까지 운용하기에 부담이 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손해보험사들 입장에서 또 다시 거부하기 어려워졌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문재인 건강보험'이 추진되면서 실손보험료를 낮추라는 정부의 압박이 높아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의 항목을 국민건강보험으로 흡수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보험사의 이익을 실손보험료 인하로 이어지게 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입법추진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의 적용항목이 확대돼 보험사들의 보험료 지급항목이 줄어드는 만큼 실손보험료를 낮추라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손해율이 안정세로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잇달아 인하하면서 정부의 보험료 인하압박에 미리 발 맞추고 있지만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소방공무원과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의 보험가입 활성화를 위한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확대 정책’도 이른 시일 안에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60%가 가입거부(또는 제한) 직업군을 운용하고 있다. 직업군을 살펴보면 해경, 군인, 소방관, 경찰, 집배원 등 공공업무 직업군을 비롯해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다.
이들은 사고위험이 큰 만큼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제한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보험연구원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인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확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정부가 실손보험 구조개편과 관련해 강력한 의지를 거듭 내보이면서 어떤 목소리를 내기보다 정책방향을 살필 수밖에 없는 조심스러운 입장”며 “정책이 실시될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면밀히 검토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