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평면 올레드패널을 대체할 새 수익원 확보가 다급한 상황에 놓이자 활용성이 더욱 높은 플렉서블 올레드패널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플렉서블 올레드는 공급단가가 높아 스마트폰 고객사 확보에 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자동차 디스플레이나 가상현실기기 등 신사업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서블 올레드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 절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1일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평면 올레드패널이 LCD와 극심한 가격경쟁에 놓였다”며 “앞으로 생산규모가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95% 이상 시장점유율로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종류는 단단한 형태의 평면(리지드) 올레드와 유연한 형태로 구부러질 수 있는 플렉서블 올레드로 나뉜다.

플렉서블 올레드는 단가가 높아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업체 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공급되고 평면 올레드는 저가제품에 주로 쓰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출하량 비중은 평면 올레드가 70% 정도로 높다.

LG디스플레이 등 중소형 올레드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모두 플렉서블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 활용분야가 넓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평면 올레드패널은 스마트폰 이외 제품에 적용하기 어려워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감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LCD패널보다 무게와 전력효율, 화질 등에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단가가 높은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제조사들에 공급된 모바일패널의 평균가격은 20달러 안팎으로 집계됐지만 모바일 올레드패널의 경우 2배가 넘는 40~50달러 사이에 판매됐다.

중국 제조사들은 최근 계속되는 수요부진에 대응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데다 반도체 등 다른 부품의 가격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지자 디스플레이 원가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평면 올레드패널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더욱 불리한 환경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런 시장변화에 대응해 플렉서블 올레드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전환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평면 올레드에서 수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들어 중국과 일본업체들의 LCD 과잉공급과 가격인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의 평면 올레드를 플렉서블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신규투자는 모두 플렉서블 올레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이면 전체 올레드패널에서 플렉서블 제품의 비중은 약 74% 정도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평면 올레드의 생산비중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플렉서블 올레드시장에서 이른 시일에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이 나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전보다 더욱 늘어난 올레드패널 생산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주요 경쟁업체들은 수년 안에 일제히 대규모 플렉서블 올레드공장의 가동을 시작한다. 중국 패널업체들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플렉서블 올레드에 10조 원 이상의 생산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플렉서블 올레드의 전 세계 출하량은 올해 500만㎡에서 2020년 2500만㎡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공급과잉이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업황악화를 이끌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단가가 높은 플렉서블 올레드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할 경우 LCD 탑재를 선택하는 고객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평면 올레드의 공급감소를 만회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런 위험에 선제대응해 플렉서블 올레드의 공급분야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부품과 가상현실기기, 사물인터넷 제품 등으로 빠르게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부품원가에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분야로 공급을 다변화하면 단가인하 압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올레드의 기술적 장점이 더 빛을 볼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서블 올레드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 절실  
▲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은 LCD보다 온도변화를 잘 견디고 응답속도가 빨라 안전성이 중요한 자동차 전장부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디자인에 맞춰 곡면 형태로 적용할 수도 있다.

또 가상현실기기와 같은 신기술분야에서 올레드패널의 화질과 응답속도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히고 있어 스마트폰보다 더 빠르게 탑재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레드패널 후발주자지만 처음 진출할 때부터 공급분야 다변화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스마트폰 이외 사업분야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앞서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사업분야로 올레드 공급을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는 과제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사업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미국 하만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부품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협력을 강화해 고객사 확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저가시장에서 앞으로 올레드와 LCD의 경쟁이 심화될 리스크가 있지만 플렉서블 올레드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개선하며 외부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하만과 협력 가능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