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여름휴가를 보낸 뒤 다시 만나 지난해와 올해 2년치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재개한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인 데다 새 집행부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마음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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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회사도 노사관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재개되는 교섭에서 양측의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17일 오후에 울산조선소 본사에서 만나 2016·2017년 2년치 임단협을 놓고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노사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7월 말 이후 3주일여 만이다. 7월 말부터 이어진 긴 여름휴가 탓에 노사는 그동안 협상을 벌이지 못했다.
노사가 오랜만에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7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임단협 물꼬를 틔울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는 1월 중순에 노조에 임단협 타결 조건으로 올해 기본급의 20%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도 1월 말 회사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2017년 한 해 동안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으니 이에 따른 고통분담을 (노조에)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노조가 임금삭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노사는 임단협 사항들을 놓고 단 한 안건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탓에 각종 수당 등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조합원별로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임금이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20%를 더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노조 보고 죽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임금 20% 삭감 제시안을 먼저 철회해야만 임단협 관련 사항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교섭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진율 경영지원본부장 전무가 나서서 노조와 임단협 교섭을 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노 전무는 회사의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되풀이하며 사실상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 회사가 ‘임금 20% 삭감’을 놓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임단협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양쪽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임단협에서 조만간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백형록 현대중공업지부장을 비롯한 현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의 임기는 11월30일까지다. 임원선거 일정 등에 비춰볼 때 9월 말부터는 임단협 교섭이 사실상 중단될 공산이 크다.
현재 백 지부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현대중공업이 추진한 분사와 인력감원 등 구조조정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집행부 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임단협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더욱 거센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회사도 임단협 타결을 서두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노사관계와 상생문제에서 주목받는 것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중순에 고용승계와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던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들은 7월 말에 농성을 풀고 땅으로 내려왔다.
당시 시기가 최길선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이틀 전이라 현대중공업이 노사갈등 현안을 급히 해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