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기업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기조를 보이면서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해외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고용이 보장되면 해외로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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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놓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 경제도 지켜야 한다. 쌍용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상하이자동차가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소위 ‘먹튀’ 논란을 일으킨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사실상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데 속도를 냈다. 채권단은 8월 말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한 계약 절차를 마무리하고 매각종결시한인 9월23일 전까지 정부승인 절차 등을 마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도 금호타이어 매각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월17일 인사청문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채권자 주도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고용부분은 금융위에서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기업경영에 최대한 개입하지 말자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고용보장을 약속하면서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철수설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청와대와 국회 등을 찾아 “한국GM 철수를 막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GM 철수설은 매년 반복됐지만 올해 특히 두드러진 이유는 산업은행과 GM본사가 맺은 주주간 계약이 오는 10월16일 끝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10월16일이 지나면 거부권을 잃게 되고 GM본사가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게다가 GM본사가 올해들어 전세계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GM 철수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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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한국GM 지분은 GM본사가 77%, 산업은행이 17%, 상하이자동차가 6% 보유하고 있다.
GM본사가 상하이자동차와 중국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GM 지분을 상하이자동차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GM 노조와 공개질의에서 “산업은행 지분은 한국GM의 미래비전과 노동조합의 동의없이 매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최근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이란 보고서에서 한국GM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국GM 보유지분을 매각하느냐 마냐를 떠나 한국GM 운명은 전적으로 GM본사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국GM 철수를 막으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