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새 걸림돌을 만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매각절차를 앞두고 선금 지급을 요청하며 매각절차가 예상보다 더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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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매각금액을 받는 시기를 놓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과 입장차를 좁히지 않고 있다.
도시바는 매각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컨소시엄이 대금을 먼저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자금난으로 사업운영과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컨소시엄 측은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벌이고 있는 법적분쟁을 마무리해야 대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매각이 합작법인 설립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법원이 이 사건에 판결을 미루며 매각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유리한 판결을 받을 경우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을 컨소시엄 등 외부업체에 매각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도 도시바가 무리하게 선금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 외에 대만 홍하이그룹 등 다른 인수제안자와도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라는 공식입장도 최근 내놓았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도시바에 매각대금을 먼저 지급해 반도체사업 인수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시바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하이그룹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도시바가 실제로 매각을 강행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에는 일본 정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3조~5조 원 정도의 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일본증시에서 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여 당장 자금난을 해결해야 하지만 웨스턴디지털과 마찰로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도시바의 요구를 받아들여 먼저 대금을 지급할 경우 인수시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만 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참여할 경우 기술이나 고객사 등을 공유해 사업확대에 시너지를 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의 매각절차가 무기한 연기될 경우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진입기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무리하게 자금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참여 컨소시엄은 도시바에 반도체사업 인수가격으로 약 21조 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