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분사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분사전략은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유치 용이, 책임경영 강화 등의 장점이 있어 최근 IT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임지훈의 카카오 분사전략 성공적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실적성장을 놓고 임지훈 대표의 분사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지훈의 카카오 분사전략, "출발은 성공적" 평가  
▲ 임지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는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이 4684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4.4%가 늘었는데 이 가운데 자회사의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224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의 주요 O2O서비스 분사와 투자유치를 통한 독립경영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바라봤다.

임 대표는 지난해 9월 다음웹툰을 콘텐츠 자회사인 포도트리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사하면서 분사전략의 물꼬를 텄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분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에 인공지능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만들었고 3월에 자회사 카카오메이커스를 설립해 카카오 본사의 주문생산 플랫폼사업을 이관했다.

4월에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할했고 5월에 택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등 교통(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분사해 8월1일 카카오모빌리티로 출범했다.

분사한 자회사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도트리의 경우 웹툰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 이용자가 올해 2분기에 13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만 명이 늘어났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지 일본판인 ‘피코마’도 1일 이용자 수가 80만 명으로 불어났다.

카카오페이는 2분기 기준 가입자가 1680만 명으로 1분기 1450만 명보다 230만 명이 늘어났다. 카카오페이 가맹점 또한 1분기 1800곳에서 2분기 2560곳으로 불어났고 거래액도 4천억 원에서 46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 간편송금은 4월 분사 이후 매달 송금액이 100억 원씩 늘면서 7월 송금액이 980억 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메이커스도 월 매출이 분사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나며 2분기 누적 매출이 150억 원을 넘어섰다.

◆ 분사전략의 장점 극대화

카카오의 분사전략은 최근 IT기업들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카카오뿐 아니라 미국 구글,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 등 IT기업들은 분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분사전략은 크게 세가지 이점이 있는 것으로 꼽힌다.

  임지훈의 카카오 분사전략, "출발은 성공적" 평가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우선 독립된 기업으로 분사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이는 IT기업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구글의 경우에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자율주행차사업부문을 사업추진 8년 만에 ‘웨이모’라는 회사로 분사했는데 웨이모는 최근 자율주행차 테스트에서 최고성적을 거두는 등 분사이후 기술개발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분사와 관련해 “유연한 구조에서 더 잘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일환”이라며 “빠른 의사결정체계를 갖춘 자회사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파트너 혹은 외부 투자자 유치가 쉬워진다.

분사를 하면 관심있는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기 용이해진다. 사업영역이 명확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분석과 판단이 빨라지고 투자자들에게 배분되는 지분율도 커지기 때문이다.

포도트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투자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을 통해 1250억 원을 투자받았다. 카카오페이도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글로벌 대체 투자자인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 원을 투자받았다.

세 번째로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

분사를 하면 직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기 쉽다. 특히 분사한 회사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 특정사업 담당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기는 어렵지만 분사하면 수월해지기 때문에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브레인도 성과낼까

임지훈 대표의 분사전략을 놓고 우려도 없지 않았다. 카카오가 인수하거나 선보인 O2O서비스들이 수익화에 실패하자 임 대표가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영전략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의 분사전략에 대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임지훈의 카카오 분사전략, "출발은 성공적" 평가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카카오는 분사 이후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쓰일 자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외부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업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

전문가들은 임 대표의 분사전략이 카카오모빌리티에서도 성과를 낼지 주목한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내비 등의 서비스에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화에는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내비의 수익화라는 말도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오는 9월부터 업무용 택시서비스와 카카오페이 자동결제기능 도입 등으로 수익화에 본격 시동을 건다. 모바일 주차서비스인 카카오파킹도 4분기에 선보인다.

카카오브레인도 인공지능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과내기에 나선다.

카카오는 조만간 선보이는 통합인공지능플랫폼 ‘카카오아이’를 통해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아이를 통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