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동남아 진출계획을 본궤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이마트를 전담하면서 국내 경영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해외사업 확장은 과제로 안고 있다.

  정용진, 중국 상처 털고 이마트 동남아 진출 본격화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마트는 9일 노브랜드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임직원들과 베트남 현지 시장조사를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현지시장 진출과 사업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최근 베트남에 2호점을 열기 위해 호치민에서 부지매입을 위한 정식계약도 체결했다. 캄포디아에서도 현지 최고재벌인 로열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진출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동남아 진출의 속도가 더뎠는데 사업확대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15년12월 처음 베트남 고밥점을 낸 뒤 일년 반이 되도록 2호점 소식이 없었다.

이마트는 해외로 매출원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업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도 2014년 "베트남을 발판삼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며 동남아로 영토를 넓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중국을 제외한 해외점포는 베트남에 1곳, 몽골에 1곳이 유일하다. 몽골점포가 가맹점인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가 직접 진출한 국가는 베트남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고배를 마신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고밥점의 성공을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하고 사업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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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개점한 이마트 베트남 1호점 고밥점.
정 부회장은 최근 중국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진출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은 중국과 달리 베트남 고밥점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밥점은 지난해 매출 380억 원을 내며 목표치를 20%가량 웃돌았다. 특히 노브랜드가 인기다. 1분기에 고밥점에서 노브랜드로만 올린 월평균 매출은 3억원으로 국내 이마트 점포의 월평균 매출인 1억5천만 원의 2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마트의 베트남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높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 유통기업이 많다. 경쟁사인 롯데마트가 이미 점포 13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서 대형마트 성장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은 편의점 물건이 대형마트보다 크게 비싸지 않다.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쓰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제품도 구매할 수 없어 대형마트보다 집 근처의 재래점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유통업은 외국계기업이 쉽게 안착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현지인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외국계 기업이 현지인의 기호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형마트 시대를 연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는 일찌감치 퇴출되고 이마트가 자리를 대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