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국내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늘려왔는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수익성을 더 끌어올리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국토교통부, 9월경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개정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9월경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조건을 기존보다 완화하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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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제외했다.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를 더 물리고 서울 전역을 투지과열지구로, 강남을 투기지역으로 선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김 장관은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고치겠다는 뜻도 동시에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택지비와 건축비 등에 건설사들의 적정이윤을 보태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2005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2015년 4월에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폐지하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집값이 이상과열현상을 보이는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던 것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택법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 10% 이상 △3개월 동안 거래량이 전년 거래량보다 3배 이상 증가 등과 같은 조건에 걸리는 지역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집값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라도 주택법상 시행령을 만족하지 못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자체를 심사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조건을 완화할 경우 부동산시장의 과열현상이 포착되는 지역을 놓고 선제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 대형건설사, 분양가상한제로 이익 줄어들까
대형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에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뒤 강남권을 중심으로 평당 4천만 원 이상 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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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대형건설사들이 얻는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뉴시스> |
대우건설이 반포동에서 2015년 10월에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평당 4040만 원에 공급돼 평당 4천만 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
지난해에는 GS건설의 ‘신반포자이’(4290만 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아너힐즈’(4137만 원),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뷰’(4194만 원) 등이 모두 평당 4천만 원을 넘겼다.
2015년 이전만 하더라도 평당 3천만 원대 단지가 수두룩했던 점을 감안할 때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급격한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이 2013년에 대치동에서 분양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분양가는 평당 3200만 원대였다. 2014년에 대우건설이 서초동에서 분양한 ‘서초푸르지오써밋’도 평당 3200만 원대에 공급됐다.
분양가는 크게 대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된다. 대형건설사들은 주변시세의 영향을 받는 대지비는 그대로 두고 건축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크게 올렸다.
‘반포센트럴푸리즈오써밋’의 건축비는 평당 1488만 원이었는데 ‘래미안대치팰리스’나 ‘서초푸르지오써밋’과 비교해 건축비가 2배 이상 많다.
국토교통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건설사들이 차지할 수 있는 이익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건축비가 평당 600~800만 원대로 강남권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