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잰 쿰 왓츠앱 CEO가 손 잡게 된 이유의 실마리가 ‘모바일 올림픽’ 기조연설에서 풀렸다. 물론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 데는 ‘돈’도 작용했겠지만, 두 사람이 목표를 넓고 깊게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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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MWC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한 저커버그와 쿰의 공통 키워드는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무료 서비스’였다. 무료 인터넷과 무료 통화로 전세계 인구를 연결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둘은 2012년부터 절친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인터넷 연결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Connectivity improves Lives)’는 동일한 신념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24일 MWC 2014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만들기 원하는 것은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전화번호와 메시지, 날씨 정보, 검색 등의 기본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저커버그는 ‘정보의 불평등’ 해소를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인구 중 7분의 1인 약 10억명만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 중 20%는 인터넷 접속을 못하고 있다고 저커버그는 말했다.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1500달러도 가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이들이 인터넷을 쓰게 되면 생활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와 페이스북이 최근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수준의 인터넷 접속률을 보일 경우 해당 국가들의 생산성은 25%나 향상될 수 있다. 가난에 시달리는 1억6000만명의 생활 수준도 눈에 띄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저커버그는 이를 위해 인터넷오알지(Interet.org)를 지난해 8월 설립했다. 인터넷오알지에는 페이스북 뿐 아니라 노키아, 삼성전자, 에릭슨이 동참했다. 노키아와 페이스북은 최근 르완다 학생들에게 저가의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준 높은 교육자료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쿰도 MWC에서 올해 2분기부터 무료통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쿰은 "이를 계기로 사용자를 10억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넷만 되면 누구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쿰은 이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과 같은 경쟁업체에 대해 "우리는 글로벌 기업이고 특정 시장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며 "아시아 시장에 몇몇 업체가 있지만 전세계적으로는 경쟁자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시장조사업체 오범에 따르면 무료음성통화 사용자가 증가하면 2018년까지 전세계 이동통신업체 매출은 3860억 달러까지 감소한다.
저커버그와 쿰은 이들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인구를 전 세계적으로 50억명까지 늘리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이런 계획은 당장 이동통신업체의 우려를 낳았다. 저커버그는 기조연설을 끝내고 20개 전세계 이동통신업체의 임원진을 초대해 저녁 만찬을 열었는데, 이동통신업체들은 페이스북 중심으로 이익이 편성돼가는 시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프랑스 이동통신회사 오렌지텔레콤의 CEO 스테판 리처드는 “무료 서비스로 인한 우리의 위험은 배제되고 있다"며 "이 현상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단순히 망만 공급하는 파이프로 전락할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발 빠르게 구애를 보이는 이동통신업체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텔레콤을 비롯해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은 왓츠앱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제휴을 모색하고 있다. 도이체텔레콤은 현재 안방인 독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지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의 사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