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감사원은 수리온 개발사업뿐 아니라 성능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방위사업청에 수리온의 전력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헬기개발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며 수리온 개발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수리온 전력화 중단, 군 내부 다른 목소리

24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이 육군에 수리온의 실전배치를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군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헬기 수리온사업 구사일생하나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06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73개월에 걸쳐 개발한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국방부와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육군본부의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감사원이 요구한 수리온의 전력화 중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은 회의에서 수리온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전력화 중단 요구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수리온의 결빙이나 물이 새는 등의 결함을 지적한 데 대해서는 이미 보완작업으로 상당수의 결함이 해소돼 수리온 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위사업청도 감사원이 수리온의 여러 결함을 발표한 직후에 열린 국방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수리온의 결빙문제는 이미 조차가 다 돼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비리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수리온과 관련한 개발비리 의혹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운용하는 군 내부에서 수리온을 운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육군 항공부대에서 헬기를 22년 이상 운용한 한 퇴역 장교는 최근 페이스북에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항공기는 운용하면서 수많은 설계변경사항을 보완해가며 완전체에 접어든다”며 “현재 발견되는 결함들을 해결하는 경험이 축적돼야만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땀흘려 개발해 만든 수리온을 하루 아침에 형편없는 결함덩어리로 전락시키는 것을 과연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적폐청산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 “경영비리와 수리온 결함은 다른 문제”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발생한 경영진의 경영비리 의혹과 수리온 결함의 문제는 분리해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사업은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비리가 있다면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는 방식으로 엄격한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수리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발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최근 지적한 수리온 결함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지난해 5월에 수리온 시제 3호기와 4호기의 기체 프레임에 균열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리온의 제품결함 논란이 처음으로 일었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에 납품된 일부 수리온 양산기에는 기체 앞면의 방풍유리(윈드쉴드)도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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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함께 회의를 열고 균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사항을 논의하고 설계를 보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미국에서 수리온의 ‘기체결빙’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엔진공기 흡입구 등에 허용치를 초과하는 얼음이 생기는 착빙현상이 나타나 군에 납품을 한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항공우주산업은이 한국형헬기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군의 관계부처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밟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이 이런 사실을 새로운 결함이 발견된 것처럼 지적한 탓에 방산비리를 의심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방산기업에서 개발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해외의 주요 방산기업들도 헬기개발을 한 뒤 수십 년 동안 운용하면서 수많은 기체결함이 발생해 운행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수리온도 개선작업을 통해 더욱 품질좋은 기체로 개선되는 중인데 일부 결함을 방산비리에 따른 부실개발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기업인 맥도넬더글러스가 개발한 아파치헬기(AH-64)도 1984년 실전배치가 이뤄진 지 33년이 지났지만 최근에도 문제가 발생해 이스라엘에서 비행이 금지됐다.

◆ 수리온 개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수리온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놓고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함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방위사업청은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노후화한 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한국형헬기개발사업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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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일 열린 2017 국방과학기술 대제전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고등훈련기 T-50 등을 국산 기술로 개발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수리온 개발기업으로 선정됐고 개발 6년 만인 2012년 말에 수리온을 육군에 실전배치했다.

해외 주요 방산기업들이 전투기나 헬기 등을 개발하는데 최소 10년에서 20년의 기간을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른 시일에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시험비행과 양산 등의 과정을 제외하면 설계와 개발 등에 4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인데 군에 새로운 헬기를 조급하게 배치하려고 결정한 과정 자체가 문제였다는 주장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 매체에 “물론 조종사의 생명이 걸린 기체의 안정성을 가지고 도박을 할 수는 없지만 (결함이 있다고 해서) 여태까지 해왔던 노력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한 접근은 문제”라며 “(수리온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체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는 첫 기체로서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들은 개발과정에서 치러야 할 수업료”라고 말했다.

그는“국산헬기를 개발해 조금 더 안정된 성능을 원한다면 시간을 주어야 한다”며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제네시스나 스팅어 같은 모델을 내놓기까지 거의 40년이 걸렸듯이 국산 헬기가 명품이 되려면 실전에서부터 피드백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나라의 기술로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