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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열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캐비닛 문건’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건이 남겨진 경위를 두고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누가, 왜, 어떤 식으로 청와대 사무실 내에 대량의 문건을 남겨 두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9일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국가안보실 등에서 발견된 문건은 1천 건이 훌쩍 넘는다.
관심은 누가, 왜 이처럼 많은 문건을 청와대 사무실 캐비닛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남겨 두었느냐로 모아진다.
문건의 내용이 ‘삼성경영권 승계’, ‘문화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 등 하나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허술한 문서관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문서파쇄기를 26대나 추가구입했다”며 “문서유출이나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던 정권에서 어떻게 이처럼 많은 문서가 캐비닛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우선 청와대 내부가 예상보다 훨씬 넓은 데다 미처 손이 닿지 않는 공간이 많아 과거 정부 문서가 발견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정수석실 문건 중) 2015년 5월 이후 작성된 것은 없는 것으로 봐서 그 이후에는 해당 캐비닛을 사용하거나 관리한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라며 “이후엔 쓰지 않는 캐비닛이 돼서 사무실 뒤쪽으로 밀려나고 관심대상에서 멀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어수선한 탄핵정국 속에서 청와대 직원들이 문서를 꼼꼼히 정리하고 떠날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끈 떨어진’ 정부에서 서류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미필적 고의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정농단에 직접 개입한 고위직은 철저한 증거인멸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말단 행정요원들은 본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에 문서 사본이 생산되고 돌려보는 과정에서 미처 파기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지 직업공무원들 중 일부가 윗선의 파기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군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문서들을 잘 보이지 않는 캐비닛 속에 숨겨두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증거인 태블릿PC를 JTBC에 넘긴 ‘이름모를 의인’이 이번 문건발견에도 일정정도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발견된 문서들을 두고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주말께 종합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캐비닛 문건 발견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덕성여대 교수)은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가 기록관리를 얼마나 아무렇게나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했던 사무실 캐비닛에서 문건이 발견됐는데 어떤 문서가 얼마나 생산되고 어떻게 보관되는지 제대로 관리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1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적법한 절차를 거지 않은 채 문건을 공개한 것은 위법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야당이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캐비닛 문건은 국정농단의 실체이며 청와대가 그 배후였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