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미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8일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에 원칙적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사용기간 및 지급주체와 관련해 채권단의 요청과 다른 조건을 제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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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산업은행이 수정제안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수용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비슷하게 보이지만 한 단계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산업은행의 제안한 12년6개월(사용요율 0.5%)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사용료를 정상적 방법으로 매년 매출에 연동해 받기로 했다.
표면상 산업은행이 제안한 사용기간과 사용요율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채권단으로부터 12년6개월의 사용료를 한 번에 받는 안을 거절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를 위해 더블스타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금호산업이 새롭게 던진 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회장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더블스타가 상표권을 사용하는 데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인데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채권단이 사용요율의 차이인 0.3%만큼 보전해준다고 해도 더블스타는 애초 계약보다 의무사용기간이 7년6개월 더 늘어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표권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더블스타는 아무런 조건 없이 주식매매계약(SPA)를 파기할 수 있어 이 회장이 더블스타를 설득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이 회장은 더블스타의 사용조건은 그대로 놔둔 채 나머지부분을 채권단에서 보전하는 방안을 고심할 가능성이 큰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용요율의 차이를 지난해 매출액에 연동해 일괄지급하는 것이 아닌 매년 매출액에 연동해 지급하는 만큼 금호타이어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 채권단의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이 자금부담을 떠안는다고 해도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더블스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경우 매각가격 조정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에게 12년6개월 동안 상표권 사용료를 직접 보전해주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만큼 매각가격을 깎아준 것으로 보고 매각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공산이 크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아직 유효한 만큼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살아나게 된다.
채권단이 매각가격 조정문제를 피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채권의 만기와 이자율 등을 조정해 상표권 사용료를 간접지원하는 방식도 있지만 더블스타와 협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앞으로 12년6개월 동안 발생할 매출의 일정부분을 보전해 주기 위한 채권조건을 현재시점에서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채권단은 오는 9월23일까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한을 넘길 경우 주식매매계약은 자동으로 파기되는 만큼 더블스타와 새로운 협의를 시작해도 단기간에 마무리해야 한다.
채권단이 금호산업에 매년 상표권 사용료를 직접 보전해주는 방법도 있지만 금호산업이 이번 이사회에서 기업회계원칙을 앞세워 상표권 사용료의 ‘지급주체’를 문제 삼은 만큼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위해 금호산업의 새로운 안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할 경우 국부유출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이 제시한 ‘사용기간’과 ‘지급주체’를 수용하기 위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 변경 등이 필요하므로 더블스타 및 채권단과 협의에 즉시 착수할 것”이라며 “이번 매각과 관련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당사자 사이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