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개발과 성능문제를 지적하고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검찰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개발과 운용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육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감사결과를 16일 발표했다.

  방사청 수리온 헬기사업 총체적 부실, 감사원 장명진 수사요청  
▲ 황찬현 감사원장.
수리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로 2012년 12월 최초배치됐다. 하지만 운항 중에 프로펠러와 기체의 전선절단기가 충돌하거나 엔진결함으로 추락해 기체가 대파되는 등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3~5월 군수장비획득과 운용관련비리의 감사를 실시한 뒤 10~12월에 군용기 인증과 무기체계 획득사업의 추진실태를 놓고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사고는 엔진을 비롯해 주요부품의 성능이 기준에 미달했고 시험과 인증이 부실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수리온은 이런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무리하게 운용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감항인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항인증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면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인증하는 것을 말한다.

방사청은 미국 연방항공청의 ‘헬리콥터 기술기준(FAR29)’을 기반으로 수리온의 감항인증기준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FAR29의 일부 항목을 제외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항인증은 비행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국제기준에 가능한 한 부합해야 한다”며 “항목배제에 따라 수리온의 비행안전성이 떨어지고 민간부문의 사용(민수용)을 위한 전환도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설계결함으로 프로펠러와 기체의 충돌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수리온의 프로펠러(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 윗부분에 달린 전선절단기가 운항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수리온의 실제 이륙을 시험하지 않고 지상에 착륙해 있는 상태만 점검한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수리온이 개발규격서와 감항인증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처리했고 육군은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용자교범만 수정하고 사고처리를 끝냈다.

  방사청 수리온 헬기사업 총체적 부실, 감사원 장명진 수사요청  
▲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이 밖에도 감사원은 △전자장비의 낙뢰보호기능 설계 및 감항인증 부적절 △전방유리(윈드실드)의 소재채택 과정에서 파손검증 부실 △결빙환경에서 비행안전성 검증 부실 등을 지적한 뒤 징계와 주의, 시정요구 등을 관련자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도 전력화 재개지시를 내린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한 3명을 대검찰청에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며 “이번 감사가 수리온이 명실상부한 한국산 명품헬기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리온은 결빙환경 운용시험에서 일부 항목이 국방규격서와 일치하지 않아 지난해 8월 납품이 중단됐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겨울철의 운용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12월 재개지시를 내렸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에도 방산비리의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수백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이에 따라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남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