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면서 일부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우려했던 한미 FTA 재협상이 공식화됐다”면서도 “재협상은 빨라야 11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미 FTA 재협상, 자동차와 반도체에 집중돼도 영향 미미"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서한을 보내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쪽이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경우 다른쪽은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재협상을 개시하기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이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 연구원은 한미FTA 재협상 수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서한에서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및 수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강경한 주장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사드배치와 북핵문제 등 외교 현안들을 감안하면 당장은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협정이 아예 종료된다 해도 미국의 부담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며 “자동차를 제외하면 양국 교역구조는 대체로 상호보완적”이라고 파악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자동차와 반도체 등 특정품목의 문제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의 경우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전 세계에서 무역장벽이 철폐돼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자동차는 재협상에서 집중적 대상이 가능성이 높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관세 자체보다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훨씬 중요해 FTA 개정보다 비관세 장벽을 통해 제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반면 일각에서 제조업과 반대로 서비스 및 농업분야 등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철강 제품을 놓고 관세협의가 이뤄진다면 대안으로 한미FTA 체결 당시 일방적으로 협상된 서비스 및 농업분야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여행, 문화컨텐츠, 금융 등 서비스부문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한국이 △지나치게 높은 지적재산권 규정 완화 △ 일방적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 제한 △해외 여행업의 현지주재의무 금지 조항 폐지 △1500여 개 이상의 농산물 개방 규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한미FTA 재협상 과정에서 농업부문을 협상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을 들었다. 김 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농업분야에서 10배 미국산을 더 사주니까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 재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FTA 재협상 이슈를 일부러 전면에 내세운다는 느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하원에서 탄핵이 발의될 정도로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이번 FTA 개정협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