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놓고 고민이 깊다.
채권단은 13일까지 채권단에서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18일로 잡았다.
박 회장이 그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정치권의 우호적 움직임을 최대한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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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13일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채권단 최종안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이사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금호산업 이사들 일정을 조율해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금호산업 이사 가운데 한 명이 부친상을 당해 일정을 조정하다보니 채권단이 제시한 기한보다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 이사는 8명인데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제외한 6명 가운데 5명이 참석해야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은 이해관계자인 만큼 의결권이 없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최종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최종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금호타이어를 사실상 더블스타에 넘겨주게 된다.
이 경우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방산부문 인수승인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 신청하고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채권만기 연장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등 매각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방산부문 비중이 작은데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방안을 유일한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파악하고 있는 만큼 더블스타가 향후 절차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적다.
박 회장이 채권단 최종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금호타이어를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는 점은 부담이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잃을 뿐만 아니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금호홀딩스 지분이 넘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다.
채권단은 7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결정하고 금호산업에 13일까지 수용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채권단은 7일 더블스타가 요구한 0.2% 사용요율, 5년 의무사용과 15년 추가사용이라는 상표권 사용조건을 금호산업이 받아들이는 대신 채권단 측에서 12년6개월 동안 더블스타와 박 회장의 사용요율 차이인 0.3%만큼을 보전해주겠다고 최종 제안했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5년 동안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요율로 0.5%를 받을 수 있지만 그 뒤 7년6개월 동안 0.3%만 받는 것인데 12년6개월 동안 사용요율 0.38%를 평균적으로 받는 셈이다.
박 회장이 현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은 정치권의 우호적 움직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는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인 호남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커질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매각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임원들이 더블스타 매각에 반대하면서 전원 사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박 회장에게 우호적인 정치권의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