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대형배터리사업에서 연이은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확대에 힘입어 타격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중대형배터리사업에서 연이은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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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SDI 사장. |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올해 들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명단에서 6차례나 제외된 데다 배터리의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가격의 최대 절반에 이르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대상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현지에서 배터리 판매가 불가능하다.
중국정부가 중국 배터리업체를 보호하려는 기조를 유지하는 데다 국내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가 지속된 탓에 삼성SDI가 중국 전기차배터리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 보인다.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리튬 국제가격은 최근 6개월 동안 10% 올랐다. 2015년 6월보다 186% 급증한 것이다. 코발트 국제가격 역시 6월 말 기준으로 1파운드 당 29.25달러로 지난해 7월보다 157%가량 올랐다.
하지만 삼성SDI는 최근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배터리 공급을 늘려 타격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공급을 마쳐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연구원은 “전력용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은 사고발생 시 비용부담이 크다”며 “삼성SDI가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수요확대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의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에너지저장장치 보급량은 89메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8% 늘어났다.
전 세계 전력용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의 시장규모도 지난해 2.3기가와트시에서 2020년 약 14.8기가와트시로 연평균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사업에도 속도를 내면서 삼성SDI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올해 12월까지 호주 남부에 100메가와트급 에너지저장소를 세우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올해 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80메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저장소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앞으로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더욱 확대하면 배터리를 전량 자체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에 차질을 빚은 탓에 전기차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배터리 기술력이 자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생산과정에서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의 차질이 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6월에도 테슬라에 20메가와트시 규모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는 파나소닉과만 협업한다”면서도 “가정용 및 산업용 배터리를 포함한 테슬라 에너지에서는 삼성SDI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와 배터리 공급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