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8 생산차질로 출시가 크게 늦어질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이를 틈타 수요를 빼앗아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국에서 최근 잠잠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능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주요 부품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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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왼쪽)와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13일 중국 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2600만 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9% 줄어들며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이 450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가까이 줄어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지난해까지 가격을 낮추면서도 고사양 부품을 대거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시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치열한 성능경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해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등 주요부품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며 원가부담이 커지자 신제품 출시와 스마트폰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상반기 출하량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며 “관련 부품업체들이 수요감소로 실적에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약 한달 동안 중국업체들의 부품주문량이 대폭 늘어나며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강력한 경쟁작으로 프리미엄 수요를 대거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 아이폰8이 부품수급과 기술문제 등으로 연말까지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사 메릴린치는 애플 부품공급사들을 점검해본 결과 지문인식모듈과 3D센서 등 아이폰8의 핵심부품이 공급차질을 겪고 있어 출시가 예상보다 1개월 가까이 늦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이폰은 출시가 지연될 경우 올해 판매량이 기존 예상보다 1700만 대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판매시기가 연말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도 여러 곳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아이폰6의 교체주기를 맞아 대규모 하드웨어 변화를 적용한 아이폰8로 수요를 대거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출시시기가 불투명해져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이런 기회를 노려 하반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으로 수요를 빼앗아오기 위해 생산확대에 속도를 내며 고가부품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업황개선으로 주요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차지한 한국 부품업체들이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의 주도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 탑재는 이미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비보는 전면에도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글로벌 듀얼카메라시장을 양분하며 주요 스마트폰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하반기에 카메라모듈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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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중국 화웨이와 오포의 스마트폰. |
기술발전에 고전하는 중화권 카메라모듈업체와 성능격차가 벌어지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중국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탑재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신제품 ‘P11’에, 샤오미는 ‘미7’에 최초로 8기가 D램과 256기가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향 메모리반도체 공급은 2분기 들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능경쟁에 뛰어드는 중국 제조사들이 늘어나며 수요가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하반기 공급부족이 더욱 심화되며 D램 업체들이 강력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8의 출시지연 가능성에도 7월 주요부품의 주문량을 예상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품귀현상이 심해지며 부품업체들의 공급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부품 공급부족에 가장 수혜를 볼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이노텍을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