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가 적정수준을 회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우건설이 올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매각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절차 착수, 주가회복이 변수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7일 투자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곧 국내외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늦어도 2분기 실적을 7월 말까지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산업은행은 이 시기와 맞물려 매각주간사 선정공고를 내고 매각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상반기 보고서가 나오는 8월 중순경으로 시기가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산업은행이 곧 매각을 진행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추진위원회와 자문단을 구성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사외이사를 매각추진위원회의 위원장에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요구를 받아 6월 초부터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7월 말에 맥킨지로부터 경영진단 최종보고서를 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매각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투자금융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최근 매각절차에 돌입했으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매각이 추진될 것”이라며 “비밀유지와 관련된 조항들이 있어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12월 말에 KDB밸류제6호를 통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우건설의 지분 21.63%를 주당 1만1123원에 사들였다.

2011년 초에 다른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대우건설 주식을 추가로 주당 1만8천 원에 매입한 것까지 고려할 때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최소 1만5천 원 이상은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7일 대우건설 종가 7850원은 이보다 48% 정도 낮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현재 주가에 매각을 진행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약 1조15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손실을 최소화해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보다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조기에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낮은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매각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증권가는 대우건설 매각이 공식화하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결산과정에서 해외 부실사업장의 잠재부실을 모두 털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에서 대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시각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현재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을 금융위원장에 내정하며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큰 틀을 짜는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위원장이 바뀌면 정책금융공공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동걸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매각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