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중소조선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해 올해 신규수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한영석 사장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발판으로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 올해 신규수주 순항
7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1~5월에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20척과 기타선박 8척을 포함해 모두 28척, 10억7300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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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 |
지난해 1~5월에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3척, 1억2천만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척수와 수주금액 기준으로 모두 9배가량 규모가 늘었다.
현대미포조선이 중소조선사 가운데 홀로 살아남아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중형유조선 부문에서 경쟁했던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연간 MR급 탱커의 인도물량이 10척 안팎에 불과해 사실상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업황 불황이 시작된 3년여 전에 현대미포조선과의 수주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력시장을 MR급 탱커보다 한 단계 낮은 규모의 LR급 탱커로 옮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대미포조선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MR급 탱커시장의 ‘빅2’로 불렸던 SPP조선은 2월 말에 마지막 선박을 건조해 발주처에 인도한 뒤 20여 명의 최소인력만 남겨두고 나머지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현재 생산설비 등의 매각을 추진하며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에 가장 위협적이던 경쟁조선소 SPP조선이 시장에서 퇴장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확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미포조선은 한동안 구조조정 생존의 수혜를 계속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경쟁기업이 거의 사라지면서 현대미포조선이 MR급 탱커시장을 거의 장악한 만큼 해외 발주처와 중형유조선의 수주논의를 벌일 때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영석, 경영정상화 탄력
한영석 사장은 지난해 10월에 실시된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미포조선 대표에 발탁됐다. 그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할 당시 조선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삼아 현대미포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지휘하고 있다.
한 사장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미포조선의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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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왼쪽)이 2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제 48회 정기총회 및 한국노사협력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국노사협력대상 대상을 받은 뒤 강원식 노조 위원장(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 사장이 현대미포조선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에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1997년부터 20년 연속으로 무파업을 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의 맏형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까지도 타켤하지 못해 부분파업 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한 사장은 최근 노조와 올해 임단협의 상견례를 한 뒤 교섭에 힘쓰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직원들의 고용만 제대로 보장해준다면 임단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상이 무난하게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진행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의 수혜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월에 비조선사업부를 모두 인적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보유해 새로운 출자고리를 형성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모두 팔아 3500억여 원을 확보했다. 2019년 3월 말까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 하이투자증권 등을 매각하면 약 1조5천 억~2조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