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가 올해 신규수주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수주가뭄이 심했던 탓에 올해 수주가 돋보이는 것일 뿐 과거와 비교해 일감확보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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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전 세계에서 선박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조선업황의 회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기저효과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량은 지난해보다 약 11%가량 늘었다. 이 기간에 국내 조선소는 전 세계 발주량의 32%를 휩쓸면서 지난해보다 신규수주가 353% 증가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올해 상반기에 72척, 42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따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48억 달러, 7억7천만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를 집중적으로 수주했다. 올해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모두 27척인데 이 가운데 23척을 국내 조선소가 수주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은 각각 3척, 1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과거로 기간을 넓게 잡으면 상황이 다르다.
2011~2015년 1~5월에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량은 평균 1770만CGT(가치환산톤수)로 추산된다. 올해 1~5월 누적발주량은 이와 비교해 63.3% 감소한 650만CGT를 보였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발주량이 유독 적었기 떄문에 올해 발주규모가 돋보이는 것일뿐 과거와 비교하면 조선사들이 일감을 따내는 데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를 소폭 늘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히는 그리스와 노르웨이 등 유럽선주들의 투자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때 적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유럽선사들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선박 발주에 모두 52억 달러를 썼다. 연간 투자규모로 환산할 경우 156억 달러가 되는데 이는 2011~2015년 연평균 투자규모인 427억 달러보다 63.5% 적은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하반기에 신규수주를 늘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주로 건조하는 선종에서 하반기에 약 100억 달러 이상의 발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과의 수주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이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