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모피아' 한계를 벗어나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의 선봉장이 될까?
모피아란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관료를 뜻하는 말인데 모피아들은 보수적인 관료문화를 대변하는 성향을 지녔다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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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뉴시스>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금융위원장에 개혁성향의 민간출신을 앉히려 했지만 결국 행시(25회)출신의 정통관료인 최 후보자를 낙점했다.
금융위원회 조직이 기수 중심의 관료문화가 강한 만큼 내부에서 비관료출신을 향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데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 발목이 잡혀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2대 진동수(행시 17회), 3대 김석동(행시 23회), 4대 신제윤(행시 24회), 5대 임종룡(행시 24회) 등에 이어 6대 금융위원장을 맡아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관료를 뜻하는 '모피아' 금융위원장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최 후보자는 정통관료 출신인 만큼 금융위원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금융정책과 관련된 이해가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문재인 경제팀에서 유일한 ‘금융통’으로 꼽히는 인물인 데다 선후배 관료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어 금융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금융위원회 안팎에서 나온다.
정치색이 옅고 오래동안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온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해 은산분리 완화, 신용카드 수수료 감면대상 확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료 인하,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인가 등 해결해야 할 금융과제가 산더미인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피아 출신들이 관치금융의 대명사로 불리는 데다 보수적인 관료문화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위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선임한 것과 달리 금융위원장에는 모피아 출신인 최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금융개혁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성대 교수 시절 “모피아들은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올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 보신주의에 빠진 것이 문제”라며 “금융분야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는데 모피아 출신 금융관료들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민감한 정책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최근 금융위원장 인선과정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긴 연쇄고리의 첫단추를 모피아에게 다시 맡기면 안 된다”며 “(모피아 출신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도 시끄럽기만 하고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경제팀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위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 개혁성향이 짙은 학자출신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최 후보자가 기존 관료문화에서 벗어나 개혁적 성향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 후보자가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한 점도 이런 시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3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4일에도 정부차원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및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료에 개입하는 것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다만 최 후보자는 “금융은 정부의 철학에 맞추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정책과 달리 정부 철학과 관계없이 가야하는 할 책임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금융위원회 관료들의 신망을 두텁게 받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은 금융정책 및 감독기능 분리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후보자는 사실상 두 달 공석이었던 금융위원장을 맡아 그동안 밀린 금융현안을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재벌개혁 및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청와대와의 소통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