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언제쯤 다시 가동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은 수주물량만 확보되면 언제든지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현재 수주속도로는 이른 시일안에 가동을 재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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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수주잔고의 감소속도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기업과 비교해 더 빠르다.
현대중공업은 5월 말 기준으로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의 수주잔고가 310억 달러다. 2015년 말과 비교해 수주잔량이 36.9%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가 이 기간에 각각 25.5%, 32.2%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 감소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 울산조선소 4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 3월에 5도크의 가동도 멈췄다.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H도크도 하반기에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를 통틀어 보유하고 있는 도크는 총 11개다. 특수선(방산)을 건조하는 2개의 도크를 제외하면 일반상선을 건조하는 도크 9개 가운데 절반가량의 도크에서는 당분간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울산조선소는 도크 10개 가운데 7개의 가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노동자들이 고용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는 1개 도크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가동중단에 따른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실직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전라북도와 군산시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가동중단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방침을 거둬드릴 방안을 찾기 위해 물밑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을 계속 이어갈 경우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며 “조선업황이 회복된 뒤에야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현재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속도를 놓고 볼 때 2018년 하반기 이후에나 군산조선소 재가동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유조선 5척과 컨테이너선 4척, 가스운반선 4척 등을 포함해 모두 24척을 신규수주했다. 올해 1~5월에는 유조선 13척, 가스운반선 4척 등 17척의 일감을 따냈다. 매월 2~3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이 연평균 10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군산조선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주물량은 매달 8~10척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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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
현재 수주속도는 이와 비교해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라 조선업황 회복이 빠르게 되지 않을 경우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최근 “군산조선소를 가동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이는 절대적으로 일감확보에 달렸다”고 밝혔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면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계는 내년 초부터 글로벌 발주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 선박왕으로 불리는 존 프레드릭센이나 그리스 선주들은 국내외 여러 조선사들에 발주문의를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말부터 시작해 내년 초에 수주를 대폭 늘릴 경우 선박설계와 자재조달, 강재절단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건조해야 하는 선박이 많아져 군산조선소에 일감을 다시 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