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김상조의 공정위에 맞춰 하림그룹 재정비에 분주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3월16일 판교 NS홈쇼핑 별관에서 개최된 나폴레옹갤러리 개관행사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각종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외형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김홍국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지주사체제를 정비해야 하는 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마음이 바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서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4월1일 대기업집단이 됐으나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올리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6개월 만에 중견기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파이시티 인수로 새 기준선인 자산총액 10조 원도 넘어서면서 하림그룹은 대기업집단으로 다시 편입됐다.

하림그룹은 우선 계열사 간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의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또 이를 원용한 벤처기업육성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38개의 다른 법령규제도 적용받는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도 강화돼 지주회사의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 현황, 금융사 및 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여부 등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도 규제된다.

김홍국 회장은 이런 규제을 향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대기업 규제가 가장 많은 나라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끼리 규제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이라며 “규제를 경쟁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등 차별규제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김홍국 회장에게 가장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은 대부분의 관계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다 축산업부터 식품가공, 유통까지 운영하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정치권도 하림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즉각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하림그룹의 편법승계 사례를 들었다. 그는 “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6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 등을 보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의 장남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올품이 주목받는다.

김 회장은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올품의 지분 100%를 물려줬고 당시 증여세로 100억 원을 냈다.  이 회사가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면서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김씨의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김씨는 올품 지분을 통해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손에 넣게 됐다.

더욱이 올품이 하림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지난 수년 동안 급성장했다는 점으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올품의 전신이었던 한국썸벧판매는 2012년 거둔 매출 858억 원 가운데 내부거래로만 727억 원을 벌었다. 비중이 84%에 이르렀다. 2013년 제일홀딩스로부터 양계·축산기업 올품을 사들이면서 내부거래 비중은 줄었지만 금액은 더 늘었다.

이 때문에 하림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를 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무관하게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3월 45개 대기업집단를 놓고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해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다.

김 회장은 공정위 기준에 따라 하림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의 유예기간 안에 ‘연간 거래액 200억 원 미만,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 등의 요건을 맞춰야 공정위 조사 등을 피할 수 있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차입금을 줄이고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하림그룹이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면서 유동성 위기의 우려도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 지주사체제도 정리해야 한다.

하림그룹은 상장 전부터 제일홀딩스와 중간지주사인 하림홀딩스를 합병해 단일화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하림홀딩스가 상장한 코스닥시장으로 제일홀딩스를 상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홀딩스는 중간 지주사인 하림홀딩스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