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SK증권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회장은 평소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오너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주력사업인 건설업과 큰 관련이 없는 SK증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상열, 왜 호반건설 통해 SK증권 인수에 나설까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29일 건설업계와 투자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금융기업인 SK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증권 매각주간사를 맡고 있는 삼정KPMG는 28일 SK증권 적격인수후보로 호반건설과 케이프투자증권, 사모펀드인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3개 기업을 선정했다.

호반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금융업과 일정부분 접점을 지니고 있지만 주택사업에 주력한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해 주목된다.

호반건설을 이끌고 있는 김상열 회장은 평소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입금을 되도록 쓰지 않는 ‘무차입 경영’의 원칙을 지키는 데 충실하고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의 누적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을 경우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 이른바 ‘90%’룰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 김 회장의 경영철학을 알 수 있다.

호반건설의 주력사업인 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공격적인 사세불리기에 급급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파는 공공택지를 사들여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자체사업에 주력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을 때도 비교적 잘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김 회장이 호반건설을 통해 SK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 회장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SK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에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라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기업을 설립했다. 출범한지 오래 되지 않아 본격적인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업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SK증권이 벌이는 사업은 호반건설이 진출하려는 벤처투자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리츠와 같은 부동산관련 금융사업이 활발해질 경우 투자자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김 회장은 과거 금융업에 손을 댔던 경험도 있다. 김 회장은 1996년 호반건설의 모체인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현대여신금융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할부금융사업을 벌이다가 1999년부터 건설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되살릴 경우 SK증권과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등의 금융기업을 통해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등 건설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탄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증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은 김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인수 예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해 1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추가 유상증자까지 합하면 2천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지난해 매출 4671억 원, 영업이익 79억 원, 순이익 114억 원을 낸 중소증권사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낸 연평균 영업이익은 125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