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통합작업을 추진하는데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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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29일 국토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SR과 코레일의 통합 문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7월 중으로 전문가 위주의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코레일과 SR을 분리 운영한 성과를 평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과에 따라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를 유지할지, 통합할지를 판단한다.
김 장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현행 SR-코레일 경쟁체제의 장단점을 검토해 통합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장관으로 취임하자 통합추진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SR과 코레일 통합과 관련된 보고서를 국정기획위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도 제출했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위원장은 29일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철도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국토부가 전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SR은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2013년 12월 설립됐는데 당초 민간자본으로 만들 방침이었으나 민영화 반대 여론에 밀려 공적자금으로 만들어졌다.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사학연금(31.5%) IBK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이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다.
SR은 지난해 12월9일 수서고속철도를 개통했다. 수서고속철도는 고속철도(KTX)보다 10% 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개통 200여 일만에 누적 이용객 1천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SR의 성공이 경쟁체제 도입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KTX보다 10% 저렴한 요금도 국토부가 정한 것이고 수서-동탄-평택을 연결하는 코레일의 황금노선을 이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성과가 보장된 셈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코레일은 흑자노선을 넘겨준 영향으로 올해 영업손실 1682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은 고속철도 등 흑자노선의 수익을 통해 적자노선의 손실을 메워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라며 “그러나 SR은 적자노선 책임없이 흑자노선만 운영하고 있어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코레일-SR 통합 추진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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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만 코레일 사장(왼쪽)과 이승호 SR 사장. |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3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수서고속철도 개통으로 코레일 매출이 4천억 원 줄었다”고 추정했는데 통합이 되면 이를 복구할 수 있다. 코레일은 국토부의 결정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욱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SR 분리 운영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코레일과 SR이 통합해야 공공철도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R은 통합 논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쟁효과가 나오려면 2~3년은 있어야 하는데 수서고속철도 개통 6개월 만에 국토부가 경쟁체제의 장단점을 검토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코레일이 실적악화 원인을 SR에 돌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승호 SR 사장은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레일은 KTX 외에 모든 노선이 적자라고 하는데 운영의 묘를 살릴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노선이 적지 않다”며 “경춘선의 경우 SR에서 운영한다고 하면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SR을 코레일에 통합하는 순간 우리 철도산업은 끝"라며 "효율을 버리고 비효율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철도산업에 경쟁체제 필요하다는 의견과 통합하는 것이 득이 많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이 코레일과 SR 통합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