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의 상설화를 결정했다. 전국 단위의 판사회의체가 상설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올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등에 대한 대법원장 입장장'이라는 글에서 “사법행정 전반에 법관들의 뜻이 충실히 수렴·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법관회의를 상설화하는 결의를 적극 수용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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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 |
그는 19일 법관회의에 참석했던 각급 법원 판사 100명으로부터 △법관회의 상설화와 제도화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의 책임자 문책 △‘블랙리스트’ 등의 의혹 추가조사권한의 위임 등을 담은 결의안을 전달받았는데 법관회의 상설화 부분을 전격 수용했다.
양 대법원장은 “평소 법관들이 사법행정에 더욱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추진력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관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법관회의의 모습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며 “세부적인 내용과 절차 등은 앞으로 법관회의와 긴밀히 협력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고위법관들이 대법원을 비판하는 학술행사에 압박을 가해 일정을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할 것을 지시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고 사법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구성·역할·기능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관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관여한 담당자들을 문책하고 사법행정업무에서 배제할 것 등을 요구한 데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평가와 권고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 조만간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27일 학술행사 축소를 압박했던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계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를 줄 것을 권고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조사할 권한을 법관회의에 위임해 달라는 요구를 놓고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된 조사기구가 독립적 위치에서 자율조사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면 결과에 일부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부했다.
그는 “이제껏 각종 비위혐의나 위법사실 등 어떤 잘못이 드러난 경우조차도 법관이 쓰던 컴퓨터를 그의 동의 없이 조사한 적이 없다”며 “자료 생성이나 보관에 관여한 사람들의 동의없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