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장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압박을 더욱 받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매각할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최우선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생명도 자본확충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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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새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기 때문에 예전부터 거둬들인 보험료가 불어나게 돼 부채규모가 커진다. 부채비율이 커져서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어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에 자본을 키울 것을 요청했다.
삼성생명은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3월 말 기준으로 313%로 집계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도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 및 비은행 금융그룹을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독의 강도를 높이는 제도를 말한다.
통합감독제도는 계열사끼리 출자를 뺀 금융그룹의 순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87%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삼성생명의 자본 규모는 줄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22일 종가를 기준으로 27조7584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의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삼성전자 지분의 매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통합감독시스템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제도”라며 “법을 통한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없이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주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마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10.24%로 뛰게 되는데 현행법상 금융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심사 전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삼성물산이 그 지분을 취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유배당보험 문제 해결해야
삼성전자 지분이 워낙 거액인 만큼 삼성생명이 단기간에 정리하기 힘들다는 점을 금융당국도 잘 알고 있어 삼성생명에 어느 정도 여유를 줄 가능성도 높다.
다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할 거액의 부담금을 마련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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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유배당보험을 팔아 마련한 재원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얻을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배당금을 줘야 한다.
유배당보험은 보험료 운용에 따른 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상품이다.
삼성생명은 1980년 이전에 유배당보험을 팔아 모은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당 5만 원 가량에 사들였는데 현재 삼성전자 주식은 한 주당 239만8천 원(22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차익규모가 엄청나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한 번에 모두 매각하는 경우(삼성전자 주가 주당 200만 원 가정) 유배당보험계약자에게 3조9천억 원 가량을 배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5년과 7년 동안에 걸쳐 각각 균등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배당금은 2조5천억 원, 1조8천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현행법상 연간 약 5천억 원이 넘는 유배당계약 손실액을 차감하고 남는 분을 배당금으로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최대한 장기간에 걸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거액의 주식을 사들일 매수자를 찾는 한편 유배당 배당금 마련에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