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국내 대형SU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대형SUV 모델이 노후화한 데다 쌍용자동차 G4렉스턴에 대항마로 내세울 만한 대형SUV 제품이 없어 쌍용차가 국내 대형SUV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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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의 대형SUV '모하비'. |
현대기아차는 쌍용차 G4렉스턴 출시 첫달인 5월 국내 대형SUV 판매가 G4렉스턴 판매에 크게 뒤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5월 맥스크루즈 570대와 모하비 1780대 팔았다. 쌍용차의 경우 5월 G4렉스턴을 2703대 판매했다.
현대차는 대형SUV인 베라크루즈를 2015년 8월 단종했고 중형SUV인 싼타페 크기를 키운 맥스크루즈로 대형SUV 수요를 감당해왔다.
기아차의 경우 대형SUV인 모하비를 보유하고 있다. 모하비 경쟁모델이 없는 만큼 국내 대형SUV에서 주두권을 쥐고 있지만 모델이 노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는 4월 모하비의 연식변경모델을 내놓는 데 그쳤다. 출시이후 8년 만인 지난해 2월 모하비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새 대형SUV를 출시하기 전에 국내 대형SUV를 선점당할 수도 있는 만큼 G4렉스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중형SUV보다 크기가 큰 SUV를 내놓아 SUV제품군을 차급별로 갖출 방침을 세웠다. 2019년 제네시스 대형SUV 콘셉트카인 GV80의 양산형모델을 국내에 내놓을 계획도 세웠다.
기아차의 경우 모하비 후속으로 지난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텔루라이드 콘셉트의 양산형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출시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새 대형SUV를 출시할 때까지 제품전략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다른 회사가 선점한 시장이라고 차를 팔 수 없는 것은 아닌 만큼 새 대형SUV 상품성을 높여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대형SUV가 고부가가치인 만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새 대형SUV 출시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국내 대형SUV시장에서 쌍용차 렉스턴의 판매부진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와 맥스크루즈, 기아차의 모하비로 대형SUV시장은 양분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베라크루즈가 단종되면서 싼타페 롱바디 모델인 맥스크루즈로 대형SUV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국내 대형SUV 시장이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기아차 모하비로 대형SUV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SUV 시장은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가 더 큰차로 차를 바꾸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 데다 중형SUV 보유고객의 차량교체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제품군이 늘어나 다양성이 확보될 경우 대형SUV시장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단중심의 제품전략을 구사해오다가 최근 SUV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6월 말 현대차의 코나를 출시하고 7월 기아차의 스토닉을 출시하는 등 SUV 제품군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