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지배구조개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분승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화S&C의 지분정리를 놓고 김승연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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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2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최근 IT부문 계열사인 한화S&C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시스템 통합과 관리·컨설팅, 소프트웨어개발, 네트워크 구축 등을 목적으로 2001년 설립된 회사로 한화그룹 오너일가가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을 각각 25%씩 소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오른다.
한화S&C가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IT부문과 시스템통합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위의 규제대상에 오를 확률이 높다.
한화S&C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579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국내외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전체매출의 42%가 넘는 3642억 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단속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이면서 한화그룹이 선제적으로 한화S&C의 지분을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분처분 방식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애초 증권가는 한화그룹이 3세들의 지분율이 높은 한화S&C를 활용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구도를 짤 것으로 예상해왔다. 한화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와 한화S&C를 합병하게 되면 3세들이 지주사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화S&C의 지분 일부를 섣불리 매각했다가는 향후에 승계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현재 한화S&C의 일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의 자회사로 설립한 뒤 이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떼어내 한화그룹 3세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이미 몇몇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로부터 한화S&C이 물적분할을 추진할 법인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한화S&C의 지배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